▲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가 부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는 7월 1일(월) 오전 11시 30분 부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7월 임시회 상정 및 가결”을 촉구했다.

시민추진위 조규석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국가 정책적으로 등한시되어온 결과 민간병원의 수익 추구 경향이 더욱 심화되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가 앞으로도 더 있을 것이라고 예견되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필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부천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새 뜨거운 태양과 장마가 들이닥치는 여름을 맞았습니다.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부의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 강행에 반발하여 서울 빅파이브 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했습니다. 이어서 의대 교수들이 전면 휴진, 휴진 철회, 부분 휴진 등을 반복하며 환자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국민들은 계속해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급성 심장질환 환자가 거주지 근방에서 응급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병원 10여곳을 문의하다가 숨졌습니다.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병원 세 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9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남 여수에서 작업 중에 골절상을 입은 한 남성이 수술을 진행할 의사를 찾지 못해 경기도 시흥까지 와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이번 의사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런 일들은 대한민국의 의료환경이 지금 당장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수익 추구 경향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민간병원의 수익 창출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시장중심 의료체계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적 의료체계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국가적 위기 시에 민간병원에 재정 지원을 해서 일시적으로 병상을 얻을 게 아니라, 언제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그때그때 제공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상시 준비하고 가동해야 합니다.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받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일지 모르지만, 최고의 의료기술이 있다고 해서 시민들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질병 예방과 관리, 정신건강 관리,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과 질병 등으로 위협받는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시민이 높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공병원이며, 부천시민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의 ‘좋은 공공병원’입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이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로서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이 의료 이용자로서 제안, 협력, 감시, 평가할 수 있도록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공병원은 단순히 정부와 지자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병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난 1월 10일 부천시의회에 제출한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제 4조와 5조는 부천시장이 “부천시의료원 설립추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명시했습니다. 부천시 공공의료원이 개원할 때까지 존속하는 이 추진위원회에는 시민 2명이 참여하게 되어 있고, 이 추진위원회에서 부천시 의료원의 설립 일정과 위치, 규모, 사업 방향, 재정 확보 방안을 논의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는 부천시에 ‘좋은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첫 단추이며, 초석입니다. 

부천시의회는 지금 이 순간, 2024년 하반기 시의회 구성을 위한 논의를 거의 마쳐가고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를 검토하는 소관상임위원회인 행정복지위원회가 재구성되고, 위원장도 새로 선임되었을 것입니다. 의회의 운영위원장도 새로 선출되었을 것입니다. 우리는8천 명이 넘는 부천시민이 서명해서 제출한 주민발의 조례안을, 오늘 새로 구성된 행정복지위원회가 빠르게 검토하여 의견 일치를 이룰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7월 18일부터 열릴 임시회에 조례안을 상정하고, 만장일치로 조례안을 가결할 것을 기대합니다. 부천시의회가 부천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부천시에 공공병원이 설립될 때까지, 부천시민들은 부천시의회를 지켜볼 것입니다. 
2024년 7월 1일 

박기랑 기자  pws21@hanmail.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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